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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전환을 위한 ‘공모’(共謀) – The L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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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전환을 위한 ‘공모’(共謀)

사이버, 트랜디, 엑조틱, 럭셔리…이러한 풍(風)은 쉬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술, 젊음, 힘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강남을 비롯한 여타의 문화지대와는 분명 다르다. 동색의 단조로운 덩어리들만이 즐비한 이 곳에서는 자기우월주의에 빠질 듯한 공간을 만나기 어렵다. ………
‘카페 린’은 이러한 장소성에 의한 희소성이 더욱 극대화된다. 디자인의 혜택이 넘쳐나는 기존지대에 또 하나로 더해진 작업이 아닌, ‘비일상’에 대한 욕구가 증폭되는 지역에 자리하게 됨으로써 가져올 파급효과는 배가되는 것이다.
건축선은 너른 전벽돌의 마당을 두고서 한참이나 뒤로 물러서 있었고, 전체적인 색감은 전면유리라는 자칫 차가울 수 있는 물료에도 불구하고 따스함과 차가운 기운이 적절히 스며 나오고 있다. 접근 각도가 급해지는 시야에는 먼저, 카페 린의 사인이 들어오고 묘한 뉘앙스를 파생시키는 구로철판 소재의 수공간과 데크가 출입을 유도한다. 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벼운 긴장감이 일어난다.
내부로 들어서면 패브릭, 동판, 철재라는 물성들이 각기 다른 공간의 계면(界面)작용을 일으키며 만나고 있다. 디자이너의 음모가 전략적 이미지로 치환된다. 둔중함과 가벼움, 차가움과 따스함의 대립은 서로를 경계하지 않고 끌어들이며, 면과 색의 분절 효과는 보이드된 1,2층 공간에 극명하게 파장된다.
기능을 포섭하고 행해지는 다양한 물료의 치환, 이입, 병치 효과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에 멈추지 않고 오락과 여흥, 퍼포먼스가 끊임없이 연출될 수 있는 공감각적 인자로 구축된다……… 덤웨이터와 덕트, 내외부의 브릿지 등 구조체이면서 오브제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던 실크프린팅 작업에서도 읽혀진다. 본래 실크프린팅의 이미지로 사용하려 했던 에셔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기하학과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다층적 형상을 유도함으로 이를 접하는 주체로 하여금 절대 새로운 방식을 찾게 한다. 아마도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이면(裏面)은 이와 같은 통로가 아닐까.
기성품이 아닌,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시도는 완성도를 떠나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영역이다. 어딘지 모르게 괴리된다는 느낌의 가구와 빈티지, 엔틱 풍의 소품은 건축주의 선택이었으며, 작가는 이를 양보했다. 디자이너와 건축주가 의기투합한 4개월간의 ‘공모(共謀)’가 이 지역의 문화코드를 전환시키는 완전범죄(?)로 끝나길 기대하시라.

글. 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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