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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 체화(體化)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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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다양한 옷을 찾는다. 때론 더하고 덜함의 불편함이 어느새 자기 몸처럼 느껴지는걸 깨닫게 되는 순간 옷과 몸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옷은 몸을 감싸고 몸과 함께 숨을 쉬게 된다. 건축 역시 옷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뼈대와 같은 구조 골격 위에 다양한 형상의 옷을 입게 된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익명의 모든 건축물은 그렇게 자신의 몸과 맞게, 때론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존재한다. 여기서 건축가는 새롭게 골격을 만드는 행위(신축) 외에도 기존 골격에 다른 옷을 입혀야 할 행위(리노베이션)를 하기도 한다.

관훈동 196-3번지 소재의 이 건물 역시, 40년 이상 인사동의 길 한 자락을 굳건히 지켜오며 몇 번의 옷을 갈아입었다‘. 돌실나이’라는 우리고유의 전통적 일상복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우리옷을 디자인하며 문화적 관심의 열정을 가진 건축주는 돌실나이 의류 매장 및 문화를 위한 가변의 장소로 거듭나길 원하였다‘. 삼베를 짜는 기술’이란 어원의 통로는 내 의식 속에서 건물의 외피와 내부를 결정짓는 단서와 연결되었으며 직물의 다공(porosity)과 유연함의 물성은 전돌과 자작나무로 치환되었다.

오랜 시간 다른 옷들로부터 감춰져있던 앙상한 골조는 동일한 크기, 1,800 X 1,800mm의 보이드(void)를 통해 새로운 몸의 구조를 가지게 되어, 오히려 새로운 외피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보이드의 불규칙한 배열은 주변의 정형화된 입면에 대한 긴장감이며 전체적인 표면 구성은 조적 쌓기의 원시성과 직물의 다공 형상의 양의성을 띄게 된다.

입면의 보이드는 전돌의 다공 밀도(0%, 50%, 100%)에 의해 기존 골조가 들어나기도 하고 사람의 다양한 행위를 엿보거나 담쟁이가 자라나는 틈으로 빛을 발산하거나 흡입하기도 하며 주변의 경관과 잔잔히 호흡하게 된다.

결국, 옷과 몸이 하나가 되어야 할 과정을 통해 주변의 경관과 다시 숨을 쉬게 하는 것‘, 체화의 풍경’을 위한 작업이 되었다.

글 : 정영한, 사진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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