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잡지 C3korea 건축과 환경에 ‘미노스 클리닉’이 소개되었습니다.
Implus dental clinic interior works 2005
2002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잡지를 통해 한충성 치과가 소개되었다. 당시 열악한 사무실 사정 – 5년이 지난 현재도 딱히 개선된 점이 보이지 않은 – 속에서 건축주의 미팅부터 디자인 계획, 도면, 시공에서 브랜드네임(CI) 작업에 이르는 ‘One stop built’의 ‘One man architect’로서의 역할이 시작되었다. 초기 나에게 인테리어 작업의 의미는 건축에 비해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스케일, 비례, 디테일, 재료의 다양한 고찰들을 통해 당시 건축주들에게는 송구스럽기까지 한 일종의 건축작업을 위한 실험의 장과 같은 것이었다. 건축적 태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익명의 장소가 제공되는 보편적 공간의 성향들로부터 나름의 해석 – 작위적이고 진부할 수 있는 – 을 통해 특이성의 전이(轉移)로 기치를 올렸던 시간들이기도 하다. 아마도 건축과 인테리어의 경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고 그 경계의 수위를 편협하리만큼 스스로가 도피하려 했던 행각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한충성 치과 2제의 기회를 가지게 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한충성 원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떤 장소에 특정 프로그램이 개입된 후 그 프로그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인해 오히려 공간이 명료하게 규정되어 초기 의도와는 사뭇 다른 성격으로 오인되거나 변질되기 쉽다. 하지만 초기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프로그램의 개연성을 가져갈 수 만 있다면 부연적으로 공간의 특이성을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작업 결과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중략
이전 한충성 치과 1제가 원장의 이름을 인용한 접근이었다면 지금의 한충성 치과 2제는 발치와 임플란트를 마이너스와 플러스로 단순 치환하여 코드화 한 후 이모티의 형상으로부터 구체적 정보를 전달하는 시각언어(typography)로의 접근이다. 이는 오래 전 작업한 버버리 숍(2001)에서 버버리 고유의 패턴 문양을 공간의 층(layer)별로 각각의 기능을 담고, 그 층들의 중첩된 이미지의 전이(transition)를 통해 브랜드와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미지화 했던 경험, 혹은 이번에 함께 소개되는 미노스에서 특정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와 공간을 현상적 복원 아래 접목하려는 시도를 통해 이곳의 평면구성은 진료 시퀀스로 구성되어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곳곳에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통해 건축주의 요구였던 특정 임플란트 시술의 정보를 이미지화하여 그 아이덴티티를 암시적으로 장소의 성격을 부여 할 수 있게 되었다.
Minos clinic interior works 2005
어떤 장소에 특정 프로그램이 개입된 후 그 프로그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인해 오히려 공간이 명료하게 규정되어 초기 의도와는 사뭇 다른 성격으로 오인되거나 변질되기 쉽다. 하지만 초기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프로그램의 개연성을 가져갈 수 만 있다면 부연적으로 공간의 특이성을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작업 결과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중략
이전 한충성 치과 1제가 원장의 이름을 인용한 접근이었다면 지금의 한충성 치과 2제는 발치와 임플란트를 마이너스와 플러스로 단순 치환하여 코드화 한 후 이모티의 형상으로부터 구체적 정보를 전달하는 시각언어(typography)로의 접근이다. 이는 오래 전 작업한 버버리 숍(2001)에서 버버리 고유의 패턴 문양을 공간의 층(layer)별로 각각의 기능을 담고, 그 층들의 중첩된 이미지의 전이(transition)를 통해 브랜드와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미지화 했던 경험, 혹은 이번에 함께 소개되는 미노스에서 특정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와 공간을 현상적 복원 아래 접목하려는 시도를 통해 이곳의 평면구성은 진료 시퀀스로 구성되어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곳곳에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통해 건축주의 요구였던 특정 임플란트 시술의 정보를 이미지화하여 그 아이덴티티를 암시적으로 장소의 성격을 부여 할 수 있게 되었다.
중심으로 향해 있는 통로와 그 중심으로 둘러 쌓인 방들은 미로와 달리 어떤 질서에 의해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마치 자신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과거 전체와 대치하고 그 전체를 교정 당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만나는 것은 모든 과거를 벗어 던진 새로운 자신이거나 혹은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신적 원리일 것이다. – 이즈미 마사토 “우주의자궁, 미궁이야기”
문학적 욕구로 인하여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갔던 가상소설과도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신화(myth)일 것이다. 그것을 접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문학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자위적 해석 혹은 주관적 경험 내지는 정서와 더불어 상상력에 기인한 것보다 더 풍부한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마치 규정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 점유하게 될 특정 프로그램 – 지극히 사실적이고 객과적인 것 – 을 바탕으로 가상의 단서를 찾는 행위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 단서를 통해 전체의 줄거리를 구성하고 상상력의 날개, 마치 밀랍과 깃털로 만든 이카로스의 날개와 같은 것을 달고 공간 프로그램 이상의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신화 속에 등장한 미궁(labyrinthos)을 빌어 형상적 복원이 아닌 현상적 복원을 통해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한 가공의 장소를 부활시켜 새로운 미궁도를 그려 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안점이다. 하지만 미노타우로스 퇴치를 위해 미노스 왕으로부터 크노소스 궁전설계를 의뢰 받고, 결국 자신이 만든 미궁 속에 갇히게 될 위대한 건축가 다이달로스는 나의 역할이 아님을 미리 밝혀 둔다.
미궁에 대한 많은 이견들 중 미궁이 미궁도에 기원을 두고 있고 그 미궁도는 성혈에 기원을 두고 있어 마치 그 형상이 여성의 자궁이나 음부를 나타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출발의 단서가 되었고. 이는 여성의 회음성형을 하는 여성 진료공간이란 특정 프로그램과 결합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프라이버시가 극히 강조되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몇 가지 대안들로 새로운 미궁도의 도안이 그려졌다. 이를 테면 이용자들 서로 간의 시선의 교차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 진료행위의 공간은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배치하여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지 말 것, 외곽에 배열되어 있는 각 실들은 통로로 연결되어야 하며 동시에 모든 통로의 출구는 중심으로 향해있을 것, 각 실들의 출구는 모호하게 하여 출구를 찾는 방식은 사인에 의존할 것, 그 사인의 위치는 눈높이가 아닌 천정으로 배치되어 시선의 교차를 배제 할 것 등. 아직은 조금 낯 설은 시술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완화시켜줄 재료 선정이 이루어졌고, 결국 새로운 미궁(labyrinthos)이 복원되었다.
입구에서 보이는 가벽(hanging wall)으로 인해 장소의 성격을 감지하지 못한 채 최소한의 정보를 가진 타이포그래피 (사인과 지도)로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중심부에 위치한 리셉션은 독립적인 부스의 형태를 띠고 있고 간격이 다른 보이드로 인해 외곽에 놓인 셀들의 출구까지 가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부를 감싸고 있는 외곽 통로는 마치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모호한 느낌을 주며 부스를 에워싸고 있는 자작나무(birch)는 차가운 유리로 구성된 외곽통로의 물성을 중성화하기에 적합하였다. 각 실들로의 출입은 최소한의 천정사인으로 방향성만을 지시하고 있다. 더블스킨으로 이루어진 기존 건물의 특성에 따라 중심과 그 외곽에 기능적인 실이 배치되었고 자연스럽게 대기실이 외부로 놓이게 되었다. 외부로부터의 빛의 유입은 기존 건물의 더블스킨으로 걸러져 외곽통로 상부의 고창으로부터 중심까지 흘러 따뜻한 질감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진료에 적합한 동선은 외곽통로 이면에서 각 실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원장실에서 수술실 그리고 회복실, 파우더, 화장실까지 그리고 다시 중심부인 리셉션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만약 다이달로스가 현존하여 이 미궁을 경험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2006.4 월간 c3korea 건축과 환경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