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설계한 ‘ 거리의 집 ‘이란 작은 주택에서 나는 남자와 여자사이( 부부 )의 늘 변화가 가능한 거리감을 경험할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주택에서는 각각 남자의 방과 여자의 방을 분리하였지만 이 두 방 사이의 적당한 물리적 거리감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인식의 거리를 그들 스스로가 새롭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내부에서는 반드시 하나의 통로를 통해서만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던지 외부에서는 사계절 변화하는 수목이 심어 있는 중정의 마당을 사이에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여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그들만의 거리감을 통해 서로에게 일상에서의 배려와 느슨하지 않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주택은 외부에서 중정 마당을 거쳐 현관 진입시 가장 짧은 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남자의 방이다. 남자의 방은 현관을 진입하자마자 계단을 통해 2층높이에 위치해 있다. 반면 여자의 방은 현관에서 거실과 주방을 지나 욕실 그리고 아이 방을 지나서 위치한다. 대지 레벨 차에 맞게 주택이 배치되다 보니 그 위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전통공간의 상하 개념이 아닌 남자는 하늘과 마주하게 되었고 여자는 땅과 가깝게 되었다. 주택 완성 후 입주한 뒤 그들은 각자 만의 사적 영역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마주하는 동시에 서로에 대한 그 물리적 거리감을 사이에 두고 늘 긴장하며 배려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두 부부는 나에게 소식을 전해왔다. 공간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치유할 수 있다는 데에 늘 동의하는 나로서는 그들이 경험하게 될 새로운 공간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되 늘 가까이 함께 할 그 거리감의 본질을 늘 마주하며 살았으면 한다.